지역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하지만 수도권 이외 지역은 상대적 빈곤과 낙후를 면치 못했다. 경제성장 이면에는 빛과 그림자가 극명하게 나뉜다. 하나는 선택과 집중에 따른 고도성장이고, 한편으로는 불균형과 피폐화를 초래했다. 성장의 수혜는 수도권과 일부 경부선 축으로 편익을 누려왔고, 나머지 지역들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그 중심에 우리 지역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 지역 간 발전의 격차는 이미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지 오래다. 수도권과 다른 지역과의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는 예측과 더불어 지방소멸론도 나오고 있다. 2019년 12월 우리나라 수도권 인구가 전국 인구의 50%돌파했다. 신규고용의 65%, 1000대 기업의 74%, 100대 기업의 78%, 연구·개발 투자의 65%, 신용카드 사용액의 80%를 수도권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의하면 앞으로 30년 내에 228개 시․군․구 중 39%(89개)가 소멸될 전망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수도권 빨대효과는 지방의 산업뿐만 아니라 교육, 의료, 쇼핑, 문화 전반에 대한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로컬지향의 시대》의 부제는 ‘마을이 우리를 구한다’이다. 비록 일본의 잊혀져가고 있던 마을들이 어떻게 살아나고 있는지, 어떻게 살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부의 사례지만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우리보다 앞서 일본은 지방의 인구 감소, 마을 소멸의 위기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다른 환경 변화에 대한 일본의 대응 방식도 주목해야 한다.

오미나미 신야는 “사람이 사람을 부르고 있다. 거기에 무엇이 있는가가 아닌, 그곳에 어떤 사람이 있는가가 중요하다” 라고 말한다. 오늘날 값싼 노동력, 토지, 전력, 각종 보조금 등을 제시하는 기업유치 정책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기술과 교통의 발전으로 대도시인 도쿄에 굳이 사무실이 필요하지 않고, 지방이나 외딴 산골에 들어와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도시와 지방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사업하려는 업종과 창업 세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소비형태나 환경이 바뀌면서 물질보다는 경험이나 연대 등에 가치를 두는 시대가 됐다. 지역지향은 지역쇠퇴의 상징이 된 상점가나 농산어촌에서 인구 감소를 극복하려는 운동이다. 사업지향은 도시나 지방에서 일하는 장소가 그리 중요하지 않은 IT, 영상 분야 등에 속한 사람들이 추구하고 있다.

일본은 자영업이나 소규모 기업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젊은 세대는 규모가 작은 새로운 자영업을 추구하면서 혁신적인 커뮤니티 장소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자본주의 보편적 특성인 이윤추구의 비지니스를 이해하면서도 공동체 커뮤니티를 주도적으로 만든다. 지역 살리기 차원에서 소규모 자영업의 활성화는 경제적·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현상이다.

도자기 공방을 레스토랑, 카페, 상점 등으로 리노베이션하여 독특한 전원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리노베이션한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도시 생활만 하다 귀촌한 젊은이들로 전통과 장인들의 열정에 이끌려 이곳에 왔다고 한다. 산업은 우리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존재이고, 궁극적으로 국력까지 좌우한다. 지역에 기업이 있으면 몰려온 사람들로 인해 마을이 조성되고, 풍요로운 생활공간이 만들어진다. 주민들만의 시각이 아닌 외부자가 의미를 부여했을 때 비로소 마을의 가치를 갖는다.

일본 지역소외 발상지로 알려진 오난 정(町)은 산업 유치와 인구 증가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소셜 비즈니스’를 도입했다. ‘A급 맛자랑 마을’, ‘일본 최고로 아기 키우기 좋은 마을’을 내걸고 도시민의 귀촌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했다. 지역에 다양한 산업이 들어오면, 독특한 가치를 창출하기 마련이다. 매력적인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적·사회적 가치까지 고려한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 이러한 가치창출은 향후 지역 경제에서 중요한 개념과 키워드가 될 것이다. 사회적으로 옳은 사업이라고 판단되면 투자금은 모이게 된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과거 참여정부는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서 지역발전과 인구유입의 가시적 성과를 거두었다. 그것도 잠시 이명박, 박근혜정부에서는 균형발전정책이 후퇴하고,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되었다. 쇠락하고 있는 지역을 살릴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에서는 청와대와 국회, 기업본사, 주요대학 등 지역이전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또한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있듯이 작은 지역들도 생존을 위한 특성화된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

류재준은 광주 출신으로 광주대동고를 졸업한 뒤 전남대학교에서 도시·지역개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키우리라 독서클럽’, ‘광주시청 책사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바쁜 일상 속에서 매주 한권의 서평을 쓸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책을 읽었을 때 과연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지. 또한 그것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알 수 없지만, 그러나 분명한 것은 책을 읽는 삶이 책을 읽지 않는 삶보다 훨씬 더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도 인생을 변화시킬 책을 찾아 읽는 것을 멈추지 않는 그는 ‘오늘하루 책읽기 멘토’, ‘런치 북 토크’, ‘독서를 통한 진로탐색’, ‘나를 찾아가는 인문학 책읽기’, ‘삶의 변화를 이끄는 책읽기’, ‘저자와의 대화’ 등의 주제로 대학과 단체등에서 다양한 강연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류재준의 인생독서”, “류재준의 서평독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