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관상>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영화에서 조선 최고의 관상가 내경은 좋은 관상이란 “머리는 하늘이니 높고 둥글어야 하고, 해와 달은 눈이니 맑고 빛나야 하며, 이마와 코는 산악이니 보기 좋게 솟아야 하고, 나무와 풀은 머리카락과 수염이니 맑고 수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관상학에 따르면 사람의 얼굴에는 자연의 이치 그대로 세상 삼라만상이 모두 담겨져 있으니 그 자체로 우주다. 이를 근거로 사람들의 얼굴에 따라 운명, 성격, 수명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절제의 성공학》의 작가인 미즈노 남보쿠는 10세 때부터 술을 마시고, 도박과 싸움을 일삼다가 18세 무렵에 감옥에 잡혀간다. 출소한 후 자신의 운명을 알고자 찾아간 관상가로부터 1년 안에 칼에 맞아 죽을 관상이니 빨리 출가하라는 말을 듣고 인근 사찰을 찾아간다. 하지만 절의 주지 스님은 중이 되고 싶으면 1년 동안 먹는 음식을 삼가라고 당부한다. 남보쿠는 바닷가에서 허드레 짐꾼으로 일하면서도 보리와 흰콩만을 먹고, 술도 끊고 1년을 무사히 버틴다. 식사를 절제한 덕분에 관상가로부터 요절한 운명이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 스님이 되기보다는 관상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처음 3년간은 이발소에서 사람의 얼굴 모양을 연구하고, 그다음 3년은 목욕탕에서 사람의 벗은 모습을 관찰했고, 마지막 3년은 화장터에서 죽은 사람의 골격을 연구했다. 이러한 9년간 수행으로 일본 최고의 관상가로 활동하게 된다. 그는 운(運)이라는 것은 기(氣)에 따라 움직인다고 보았다. 천지의 기 흐름이 좋으면 세상이 맑아지듯이 몸의 기 흐름이 좋으면 운명이 반듯해지고 밝아진다고 했다. 반면 작은 실패에 마음을 뺏겨 정신상태가 해이해지면 성공의 때가 와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허송세월을 보내기 십상이다.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절제하는 사람에게 빈궁함은 일시적이 현상에 불과하다. 즐거움이 지나치면 괴로움이, 괴로움이 끝나면 즐거움이 오는 것이 하늘의 이치다.

그는 모든 성공은 스스로 인생을 절제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소식(小食)이 좋은 운명을 만드는 핵심 조건으로 보았다. 배가 불러도 억지로 먹고,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마구 먹는 사람은 흐트러진 행동을 자주 한다. 마구 먹으면 정신도 흐려지고, 만사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식사를 절제하는 것은 마음에 안정을 주고 몸을 보살피는 근본이다. 환자에게 죽을상이 나타나도 언제나 소식했던 사람이라면, 죽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식하는 사람은 병에 잘 걸리지도 않지만, 병에 걸려도 먹지 못하는 일이 없으며 쉽게 회복된다. 음식을 절제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에 다 도움이 된다고 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숨을 가쁘게 내쉬고, 머리가 깨지는 괴로움을 당한다. 다음 날 뱃속이 이상하고 울렁거릴 때야 후회하지만, 무절제한 사람은 다음에도 똑같이 분에 넘치게 술을 마신다. 술에 취하면 자신을 잊고 더욱더 먹으려 한다.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불속으로 날아드는 나방으로 전락한다. 부끄럽지만 나 또한 술 때문에 실수를 되풀이하고 호되게 낭패를 당한 경우가 너무나 많다. 매번 절주와 자제를 다짐하지만 그때뿐 어느새 넘치는 모습에 후회하고 자책할 뿐이다. 요즘 나에게 술은 꿈을 빼앗는 절망이다.

남보쿠는 타고난 관상보다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정성을 중요시하고 있다. 관상이 비록 나쁘더라도 마음과 몸가짐이 바르면 좋은 운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스스로 쌓은 덕이 언젠가는 복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류재준은 광주 출신으로 광주대동고를 졸업한 뒤 전남대학교에서 도시·지역개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키우리라 독서클럽’, ‘광주시청 책사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바쁜 일상 속에서 매주 한권의 서평을 쓸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책을 읽었을 때 과연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지. 또한 그것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알 수 없지만, 그러나 분명한 것은 책을 읽는 삶이 책을 읽지 않는 삶보다 훨씬 더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도 인생을 변화시킬 책을 찾아 읽는 것을 멈추지 않는 그는 ‘오늘하루 책읽기 멘토’, ‘런치 북 토크’, ‘독서를 통한 진로탐색’, ‘나를 찾아가는 인문학 책읽기’, ‘삶의 변화를 이끄는 책읽기’, ‘저자와의 대화’ 등의 주제로 대학과 단체등에서 다양한 강연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류재준의 인생독서”, “류재준의 서평독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