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영원한 ‘이방인’이다. 유럽에서 실존주의 소설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제1․2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 등을 치루면서 극심한 인간의 타락과 좌절을 경험한 데 있다. 이런 영향으로 인간의 한계와 더불어 신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대두되었고, 사회 혼란이나 범죄에 대해서 기존의 관념적 도덕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또한 죽음, 절망, 불안, 허무로 가득한 세계에서 인간 스스로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 존재 자체가 본질적으로 불합리하고, 무의미하더라도 이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

참담한 삶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조리한 사회의 모순과 인간의 무기력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다음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새로이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1942년《이방인》이 나왔다. 엄마의 죽음을 알리는 전보 한 통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 이틀의 휴가를 요청하지만 사장은 이를 탐탁지 않아 한다. “그건 제 잘못이 아닙니다.” 애써 변명하면서도 마음은 그다지 편치 않았다.

엄마의 시신을 성당으로 모시고 가는 길에 넘쳐흐르는 태양은 요동치면서 비인간적이고 위압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그는 엄마의 관 위로 뿌려지던 피처럼 붉은 흙더미, 그 속에 풀뿌리들의 흰 속살들을 보았다. 그다음 날 사무실에서 사장은 엄마의 나이를 알고 싶어 했다. 뫼르소는 “60세 정도”라고 말했는데, 사장은 안도하는 듯한 눈치였고, 그 문제는 끝났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여기서 엄마의 나이가 왜 중요한가? 그것은 본질이 아니다. 죽음에 따른 고통을 느끼는 것은 뫼르소다. 하지만 사람들이 엄마의 나이를 궁금해 하는 것은 무관심한 눈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방인》등장인물 중 살라마노를 통해서 인간의 타락상을 엿볼 수 있다. 좁은 방 안에서 개와 단둘이서만 살아온 때문인지 살라마노 영감은 그 개를 닮아버렸다. 그들은 마치 동일종인 듯 보이면서도 서로를 미워했다. 오줌을 싸고 싶어도 영감은 그럴 시간을 주지 않고 끌어당기니까 스패니얼은 오줌 방울을 질금거리며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방 안에서 오줌을 싸게 되면 또 매를 맞았다.

레몽의 옛 애인 때문에 촉발된 사소한 싸움이 잘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뫼르소가 아랍인에게 총을 쏜 이유에 대하여는 우발성과 정당방위 차원의 설명이 필요하다. 먼저, 우발적 측면에서 보면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고도 남을 그날의 찌는 듯한 더위와 강렬한 햇볕 때문이다. 그리고 엄마의 죽음이다. 뫼르소 의식 속에는 삶에 대한 깊은 허무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다음은 정당방위 차원이다. 아랍인이 가지고 있었던 타는 듯한 칼날 그리고 냉소와 침묵이다. 아랍인의 칼은 예전에 뫼르소의 친구 레몽을 다치게 했던 똑같은 칼이었다. 뫼르소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랍인이 비웃는 듯한 얼굴을 보이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서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가 왜 말년에 약혼자를 갖게 되었는지, 왜 새로운 시작을 시도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삶이 점차 희미해져가는 그곳 양로원에서도, 죽음에 인접해서야, 엄마는 해방감을 느끼고,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준비가 됐다고 느꼈음에 틀림없었다. 뫼르소 역시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준비가 되었음을 느꼈다. 마치 이 거대한 분노가 악을 쫓아내고, 희망을 비워낸 것처럼, 그는 세계의 부드러운 무관심에 스스로를 열었다. 그의 유일한 소원은 사형당하여 죽을 때 많은 구경꾼들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맞아주었으면 했다.

뫼르소는 은연중에 “그건 제 잘못이 아닙니다” “그건 내 탓이 아닙니다”라고 되뇐다. 이는 우리에게 또 다른 의미로 반문한다. 그럼 누구의 잘못인가? 누구의 탓인가? 이 모든 것은 누구의 잘못과 탓이 아니다. 원래 인간은 부조리하고 나약하기 때문이다.

류재준은 광주 출신으로 광주대동고를 졸업한 뒤 전남대학교에서 도시·지역개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키우리라 독서클럽’, ‘광주시청 책사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바쁜 일상 속에서 매주 한권의 서평을 쓸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책을 읽었을 때 과연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지. 또한 그것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알 수 없지만, 그러나 분명한 것은 책을 읽는 삶이 책을 읽지 않는 삶보다 훨씬 더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도 인생을 변화시킬 책을 찾아 읽는 것을 멈추지 않는 그는 ‘오늘하루 책읽기 멘토’, ‘런치 북 토크’, ‘독서를 통한 진로탐색’, ‘나를 찾아가는 인문학 책읽기’, ‘삶의 변화를 이끄는 책읽기’, ‘저자와의 대화’ 등의 주제로 대학과 단체등에서 다양한 강연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류재준의 인생독서”, “류재준의 서평독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