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불면 재경향우회 최병기 원장

[조인뉴스 = 조영인 기자] 향하면 누구나 포근하고 아늑한 그 때를 떠올릴 겁니다. 어린시절 고향을 떠난 많은 출향인들은 늘 고향을 생각하게 마련입니다. 어려운 시절을 극복하는 힘도 고향에서 나왔고, 성공한 지금은 고향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싶은 대상도 고향입니다. 고향을 잊지 않고, 고향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함평 출향인사들을 대상으로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함평읍에서 비교적 떨어져 있는 손불면은 이웃 사이에 정이 넘치며 주민들 간에도 단합이 잘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손불면에 뿌리를 둔 출향 인사들도 마찬가지여서, 향우들 간의 친목 도모를 위한 ‘재경향우회’에 지역 인사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 바로 그 중 한 분이 현, 손불면 재경향우회장 ‘최병기’씨다. 현재 서울 노원구에서 ‘좋은얼굴 최병기치과’를 운영하며 ‘CBK스플린트’를 개발한 유명 인사이다. 그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릴 만큼 치과의사로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든 셈이다. ‘환자를 위한 최첨단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한민국의 건강을 위한 연구와 의료 나눔 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기반 중심을 잘 잡아준 축이 있다면 손불면에서 보낸 유년 시절로 치환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였다.

사실 엄연히 따지면 그가 태어난 곳은 전라북도 정읍이다. 그렇지만 태어난 해에 바로 함평 손불면으로 이사를 왔고 손불에서 자랐기에 고향은 당연 함평 손불이라고 말하며 살아왔다. 손불초등학교를 다니다가 5학년 때 서울로 전학을 가 대부분의 시간들을 서울에서 보냈지만 함평에서 보낸 짧은 세월이 그의 성격 형성과 사유에 지대한 영향을 준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대학은 서울에서 다니다가 도중 광주로 내려와 조선대학교 치과대학을 다녔다.

그는 여전히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함평 군유산의 정기로 이겨낸다, 이겨낼 것이다” 다짐을 하며 함평을 추억했고 심신을 강하게 단련시켜왔다. 고향을 떠나 현재는 치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그이지만 고향에서 치러지는 행사 지원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특히 면민의 날 같은 큰 고향 행사에는 망설이지 않고 향우들 100여 명이 두 세대의 버스를 대절해서 내려갈 정도로 손불면에서 인연들을 소중한 인적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

1959년생인 그는 한해 빠른 1958년생들과 함께 학교를 다녔는데 그 시절 만난 동창 중에서도 지역 인재들이 많다. 이기권 장관이나 김영익 서강대교수, 원평건설 회장 등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이른 입학이 선행되었기에 잡을 수 있었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작고 왜소한 7살 아들이, 더구나 10월생이니 미리 학교에 보낼 생각이 전혀 없으셨다고 한다. 그러던 중 아버지 지인분이 8살 딸 손을 잡고 오셔서 “입학신청을 하러 간다”고 하신 걸 어린 최병기가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학교에 가고 싶다고 떼를 쓰게 됐는데 이 결정이 운명을 바꾸는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다소 어린 나이인 손불초 5학년 말 겨울방학에 서울로 전학 간 터라 공부하며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서울과 지방의 차이는 큰 문화충격으로 다가왔고 6개월 정도 매일 밤마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남쪽을 보면서 울면서 잘 정도였다. 어린 시절, 전학으로 겪은 낯선 감정, 이를 견딜 수 있게 한 것은 축구였다. 방과 후 학교 친구들과 축구를 하는 게 일과였다. 그렇게 점차 부모님과 떨어지며 겪은 향수병을 잊게 됐다. 무엇보다 자립심이 길러진 게 큰 효과였다. 체력이 길러진 것과 동시에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자생력이 생성되니 정신적으로 성숙해졌고 공부하는 데 그 정신력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손불초등학교 5학년 때를 회상하면 손불면은 굉장히 어렵게 사는 집들이 많았다. 당시 아버지께서 손불번영회장직을 수행하고 있으실 때였다. 전기가 아직 들어오지 않은 시기여서 아버지는 전기 보급에 힘쓰셨고 그도 호롱불을 켠 상태에서 야독한 기억이 생생하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당시 손불초는 서울 용산고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왕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지금 내과의사인 동생과 선배, 후배, 이렇게 4명이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을 모시고 용산고를 방문했는데 시골에서 올라와 마주한 서울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거대도시였다.

“제가 이렇게 활동할 수 있던 원동력은 함평 손불에서의 생활입니다. 방학하기 3-4일전부터 벌써 시골 갈 생각에 들떠서 밤잠을 설쳤죠. 내려가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친구들과 온종일 축구를 하며 추억을 쌓았습니다. 그 추억과 그 때 길러진 체력 덕분에 지금도 매일 2시간씩 공부하며 연구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지금 하는 일이 아무리 바빠도 일 년에 세 네 번씩은 꼭 고향 손불에 내려가 힘을 얻습니다. 향우회장을 하면서 역대 회장님들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함평에서 얻은 소중한 인연들을 지금까지 변함없이 한 마음으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는 슬하에 1남 1녀의 자녀를 뒀는데 아들도 자신과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치과의사이다. 올해 3월부터 최병기치과에서 함께 일할 예정이다. 더불어 사위는 신경외과 의사로 근무하는데 신경외과도 치매나 여러 가지 척추 문제들을 다룬다. 그중 구강 내 안면근육 저작근이라고 씹는 근육이 4개가 있는데 이가 맞지 않게 되면 안면근육이 몇 배의 힘을 더 받게 된다. 문제는 그게 지속되면 허리와 어깨가 안 좋아지고 치매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그의 새로운 목표이자 도전은 아들과 사위와 합심하여 분야를 아우르며 서로 연계된 점을 찾는 연구를 하는 것이다. 사람의 인체는 600개의 근육으로 연결됐는데 특히 말하고 양쪽으로 밥을 먹을 때 쓰는 저작근 균형이 잘 잡혀져야 한다. 치아를 치료하는 의사지만 치과에 국한되지 않고 신경외과와 접목한 연구, 치료 방법을 강구하여 더 많은 환자들을 만나고 도움을 주고 싶은 바람이 있다.

연구자로서 그는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 세계보철학회에서 강연하는 최병기 원장

꾸준하고 치열한 연구 활동을 해온 결과 치과의사로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바로 ‘CBK 스플린트’를 개발한 것이다. 2015년 5월 국내 특허출원을 하고 미국 FDA 등록도 이뤘다. ‘CBK 스플린트’는 생소할 수 있겠지만 두개골균형 교합안정장치(Cranial Balacing Key)로, 최병기의 영어 약자이다. 본인의 이름을 걸면서 개발한 만큼 많은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치료로 자랑스러운 연구 성과이다. 쉽게 설명하면 이갈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교정장치인데 개개인 치아의 높낮이와 생김새를 정교하게 본을 떠 만든 투명 플라스틱 틀을 잠잘 때 이에 끼우고 자면 된다. 이 악물기와 이갈이로 인해 뇌와 턱관절 등에 가해지는 무의식적인 압력을 최소한도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렇게 30여 년 동안 치과 진료와 연구를 통해 교합이상(불량한 치아 맞물림)이 치아 및 구강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설파해온 그는 2015년 9월 17일 ICP(국제보철학회) 학술대회에서 ‘CBK 스플린트와 항노화 효과’를 주제로 발표하여 국내외 학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이후 대학과 병원을 돌며 치과 보철 진료에 있어 ‘CBK 스플린트’의 효과와 중요성을 알리는 강연을 하고 있다. 작년 5월에 열린 국제치의학회(ICD)는 전세계 125개국 리더들이 모였다. 회원이 15,000명 정도가 되는데 그중 대한민국 치과 의사들은 약 150명 정도가 참여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름을 날리는 치과의사들은 다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학장들, 병원장들이 다 있는 모임의 자리에서 처음으로 지방대 출신인 그가 공로를 인정받아 국제치의학회 차기 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은 수많은 수상으로 이어졌다.

2021년 2월 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중·러 3개국 언론이 주최하고 보건복지부 등 정부 기관이 후원하는 ‘메디컬아시아 2021, 제12회 대한민국 글로벌 의료서비스 대상’ 시상식에서 치아교합 연구·치료와 보철시술 분야에서 ‘좋은얼굴 최병기치과 최병기 원장이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같은 해 서울치과의사회 ‘2021 치과의료봉사상’도 받았다. 치과의사로 제일 큰 단체인 사단법인 열린의사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의 활동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20년 전부터 국내와 해외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 동안 몽골은 15회 정도,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태국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꾸준히 봉사활동도 해 왔다. 2000년대 중반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마을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중 충치치료, 보존 및 수복치료를 다 받은 한 고려인이 손을 붙잡고 감사하다고 눈물을 흘리는 걸 겪은 후에 마음가짐을 확고히 할 수 있었다. 치과의사가 되길 잘했다고 느꼈던 그 시절을 반추하며 일을 향한 방향을 다시 한 번 설정하고 다잡은 것이다.

해외를 넘나들며 사각지역에 있는 지역사회 소외된 이웃을 향한 봉사정신, 치과의사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 전달 등 공로를 전부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넘친다. 서울시치과의사회 노원구회 회장, 서울지부 후생이사, 치협 경영정책이사 등을 맡으며 치의학계 발전에도 큰 획을 그었다.

그가 개발한 CBK스플린트 관련 강연 요청이 늘어나서 우리나라의 의료 발전과 유능함을 전세계적으로 알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 최병기 원장 저서

그 일환으로 그동안은 모교인 조선대학교 치과대학에 2억여 원의 장학사업을 해왔는데 이제는 더 확장하여 강연료로 고향 후배들을 위한 장학사업도 준비 중이다. 아직 시작 단계지만 항상 자신의 이익보다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선순환 역할을 하고 싶다. 구상을 행동으로 옮기는 추진력들은 그간 걸어온 길에 오롯이 새겨져 있다.

약 33년 전 최병기 원장은 60㎡(약18평) 작은 치과에서 시작해 규모를 키워왔다. 강남으로 옮기라는 권유도 많았지만 휘둘리지 않고 소신대로 당신의 보금자리를 지켰다. 한자리에 머물며 영리를 추구하기보다 양심적으로 환자를 대하는 것에 집중을 뒀기에 환자들에게 신뢰를 받는 치과로 노원구의 터줏대감처럼 존재할 수 있었다. 그는 내 몸, 내 건강을 관리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환자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관리도 손 놓지 않는다. 비록 치과의 장비들이 차갑고 여전히 치과를 방문하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갖는 분들도 많지만 최병기 원장이 운영하는 ‘좋은얼굴 최병기치과’는 그 걱정을 무색하게 할만큼 차가움과는 대조되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며 환자들을 치유한다. 주민들과 항상 호흡하며 동참하는 치과의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오랜 바람과 함께 또 어떤 새롭고 발전적인 학문을 접목해 갈지 기대가 크다.

“사실 지방대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보이지 않는 차별을 실감할 때도 있었어요. 분명한 건 조금 뒤처지더라도 계속 노력한 사람들은 언젠가 성공한다는 거예요. 자기 일에 확신을 갖고 노력하면 결국은 인정을 받습니다. 고향 후배님들도 큰 꿈을 갖고 설사 차별을 느낀다 한들 그걸 한계로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노력 앞에는 장사 없다’ 이 단순한 진리를 온몸으로 습득하는 순간이 분명 오니까요.”

손불초등학교를 들어가게 됐던 운명 같은 순간이 그의 첫 터닝포인트였다면 남은 세월에서 참의료인으로 터닝포인트는 여전히 많이 있으며 최병기 원장의 커리어에 수많은 방점이 찍힐 것이다. 무궁무진한 미래를 가진 그가, 의사로서 의료 산업에 대한 원대한 발전에 기여할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