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읍 도시재생뉴딜사업 주민협의체 양상길 위원장

[조인뉴스 = 조영인 기자] 군대 생활과 서울로 구두 기술을 배우러 간 4년간의 짧은 세월을 제외하고 60년 넘는 세월을 함평 원도심인 중앙길 토박이로 살아온 인물이 있다. 현 읍사무소 맞은편에서 평생을 중앙길을 지키는 소상공인이자 현재 함평읍 도시재생 주민협의체 위원장으로 잃어버린 중앙길의 옛 명성을 찾아가기를 위해 애쓰는 양상길씨다.

양위원장이 20대 때부터 운영하고 있는 ‘이태리제화’는 양위원장이 태어나기 전부터 ‘제일양화점’이라는 구둣가게 간판을 달고 있었다. 연로하신 어르신께서 장사를 하고 계셨는데 스물 셋에 가게를 인수한 것이다. 이후 자리를 옮겨 군청인근 구, 농협 앞에서 제일양화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현재 ‘이태리제화’로 간판을 바꾼지는 10여 년이 조금 넘었다. 바로 옆 ‘황태골’은 자신의 탯자리다. 양위원장의 어머니께서 살아생전 밥집을 운영한 곳이며 현재는 아내가 운영 중에 있다.

현 중앙 길의 매일시장 변천 과정을 직접 경험한 산증인 그는 함평의 60-70년대를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 경제 상황과 맞물려 꽤 전성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시절 호황은 함평의 호황과도 연결되는 시기였으니 수익도 꽤 되었다. 중앙길에 사람들이 많아서 비켜 갈 정도였다니 쉬이 상상이 안 된다.

구르마와 행인들, 가게들이 장시를 이룬 과거가 아득히 느껴진다. 땔감을 파는 곳도 있었으며 식당만 해도 20여 군데, 매일시장이 활성화되던 때는 방앗간, 양복점, 정미소, 목재소가 공존하였다. 그야말로 중앙길에는 병원, 은행, 관공서가 다 모여 있었다. 함평인구가 16만에 가까웠던 그 시절이었다. 그가 말하길 한창 수제화 제작으로 번 수입이 쏠쏠했다고 한다. 수제화라는 특성상 가격이 비싼 편이었지만 일반 신발을 판매한 분들보다는 수익이 좋은 편이었다. 돈을 많이 번 만큼 한땀 한땀 구두를 제작하는 데 힘이 들어갔어도 행복했다. 그때만 해도 함평읍에 구둣방이 대략 여덟 곳 정도 있었는데 카드가 없던 시절이라 한꺼번에 현금으로 못사는 고객들에게 외상장부를 만들어 월부(할부)로 결제하게 해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문화가 있었다.



구두 장사를 해 온 동안 많은 손님들을 만났지만 한 에피소드를 잊지 못한다. 한 40년 전에 수제화를 사 가신 분이 최근에 오셔서는 옛날에 여기서 산 구두가 지금도 집에 있다고 해서 감격을 한 일이다.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시골에서 얼마나 구두를 많이 신으셨겠어요. 그렇지만 제가 만든 구두를 기억하고 추억을 나누려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고 큰 보람이죠”.

그는 삶에서 다양한 기쁨을 누렸지만 내 청춘이 담긴 구두를 누군가가 소중히 오래도록 신어준 데서 오는 감격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생경한 감정이었다.
“저는 고향이 좋아서 못 떠나요,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이대로 있는 이유는 찾아오는 친구들과 손님들 만나며 추억을 나누기 위함이죠. 중앙길의 터줏대감처럼 때로는 사랑방처럼, 이태리제화를 지키며 오고 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소소한 즐거움이 저를 이곳에 계속 머무르게 했답니다.”

사실 수제화 제작을 하지 않은지는 좀 됐다. 구두의 수요도 줄고 브랜드도 다양화 되다보니 고객들이 인터넷 구입을 더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부의 창출을 바라지 않고 그저 함평 선배, 후배들이 더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제품을 얻게 하도록 꾸준히 한 자리에 존재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운영한다.

일평생을 함평에서 시간을 보낸 그는 토박이로서 함평에 대한 애착이 크다. 함평에 사는 군민들의 안녕을 바라면서 그와 함평의 역사가 깃든 중앙길을 떠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함평읍 도시재생사업 주민협의체 위원장을 맡으며 중앙길을 활성화 시키려고 6년째 활동 중이다. 145억 원의 도시재생사업비를 따내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무려 5번의 도전 끝에 얻은 성과이다. 본격적인 시작은 도시재생 대학을 다니면서 주민협의체에 관련된 활동을 하게 되었고 위원장을 맡은 후였다. 위원장으로서 사업을 따온 일은 자부심을 느낄만하다. 그는 특히 중앙길의 흥망성쇠를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본 이로 사업 계획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



양위원장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은 중앙길 전봇대 지중화사업을 추진한 일이다. 중앙길이 이토록 쇠락해져 간 이유 중의 하나가 양방에서 일방으로 바뀌면서 인근 상가들이 하나하나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다시 차들이 오갈 수 있게 양방향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군민들과의 대화’에서 이끌었다. 전봇대 때문에 일방통행 해제가 불가하다는 답을 받고도 포기하지 않았다. 직접 영광, 무안, 장성을 방문하여 전신주 지중화사업의 선례를 보고 더 강력하게 추진했다. 그 결과 군의회에 전신주 지중화 사업이 통과됐고 올해 드디어 한전과 함평군이 50% 각각 경제적 부담을 하여 설계를 거의 마친 상태로, 영광의 순간의 길목에 서 있다.

그가 이렇게까지 혼신을 다하는 이유는 큰 뜻이 있어서도 아니고 그저 한평생을 떠나지 않고 함평인으로 살고 있기에 함평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겸손의 말을 전했다. 이제 수십 년 해온 구두장사는 그저 소일거리처럼 여기며 방향을 틀어 더 선한 영향력을 나누고 싶은 것이다. 현재 기각1구(옥천마을) 이장직도 함께 수행하며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혜택을 보게끔 하는 일, 애로사항이 있어 해결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나누는 일, 몸이 불편한 주민들을 찾아가 관심을 두고 살피는 일들로 일상을 채운다.

코로나 펜데믹 이전에는 그분들을 동네 회관에 모이게 하고 부녀회장님과 타협하여 식사대접을 했는데 지금은 그것들이 멈춘 상태여서 죄송함과 안타까움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주춤하지 않고 더 많은 분들이 누릴 수 있도록 다른 일을 도모한다. 도시재생사업의 진행 말고도 ‘함평천지 마을관리협동조합’을 오는 1월 25일 군청회의실에서 창립출범식을 갖는다. 창립은 곧 또 다른 시작이다. 이 조합을 발전시키기 위해 읍민들을 포함한 함평 군민들의 조합원 가입을 유도하고 다같이 잘 살 수 있는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데 협조를 해주십사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