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7(월)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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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군 함평읍, 112여 가구 수가 모여 사는 신기산 마을은 작은 규모의 마을이지만 함평군청과 공공도서관, 기산초등학교를 끼고 있어 생활권도 좋은 편이고 마을 자체가 평화롭고 조용한 분위기의 마을이다. 특히 기산봉이 바로 아랫마을이라 목가적인 매력을 선사한다. 이 신기산 마을은 1930년도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가구 수가 늘어나 본래 기산마을이 구기산, 신기산 마을로 분리되어 떨어져 나왔다. 조용하고 깨끗한 마을로 예전에는 함평에서도 알아주는 마을이었는데 오랫동안 마을을 지켜오시던 어르신들도 돌아가시고 가구들이 점차 광주로 생활권을 옮겨 나가고부터 지금은 빈집이나 구옥이 많아져 쇠락한 시골 동네로 변모했다. 그렇지만 초등학교가 근처가 있어서 제법 어린 친구들도 많이 살고 도시 재생 사업으로 인해 신기산 마을만에 감성이 담긴 우드 월 아트 거리가 있다.
함평읍에 43명의 이장님이 계시는데 그중 여성 이장들은 손에 꼽는다. 바로 그 다섯 분 중 한 분이 바로 신기산 마을의 김순자 이장이다. 2018년부터 마을 이장을 맡아서 시기적으로 보면 오래된 편은 아니다. 원래 그녀는 아랫동네인 구기산 마을에서 태어나 학교를 마치고 잠시 도심으로 나갔다가 스물세 살에 살던 고향, 함평으로 다시 돌아와 스물네 살 결혼을 하면서 본격으로 함평에 정착하게 됐다. 구기산 마을에서 신기산 마을로 시집을 와 그때부터 신기산 마을에 머물고 있다.
남성 이장의 비율이 많은 함평에서 몇 안 되는 여성 이장의 한 자리를 맡고 있다는 것은 대단하면서도 불편한 점도 많다. 가장 큰 불편은 비율적으로 남자 이장분들이 많다 보니 여성 이장으로서 목소리를 내기 어렵긴 하다. 그럼에도 김순자씨는 여성이라는 성별에 한계를 두지 않고 편견 없이 그저 ‘이장’이라는 직위를 잘 수행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며 마을을 위해 일한다. 시골이라면 어느 마을이 다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 신기산 마을만 해도 연로하신 노인 분들이 참 많다. 자식들도 멀리 있는데다가 몸도 불편하신 데 혼자 사시기까지 한 분들이 많다 보니 자주 내다보고 잘 지내시는지 세심하게 확인하려는 편이다.
“어르신들이 아프시지는 않은지 가구마다 방문해서 확인을 해야 제 마음이 편하더라구요. 코로나19 이전에는 마을 분들이 자주 모였어요. 반찬에 많은 신경을 써서 식사를 대접해 드리곤 했는데 잡수시면서 참 많이들 고마워하셨어요.”
신기산 마을은 함평읍에 있는 마을이라 귀농 귀촌자들이 다른 면에 비해 많이 없는 편이다. 그렇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외지 분들은 제법 살고 있어서 여기 읍을 기점으로 인근에 있는 면 단위로 노동일을 나가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많다. 그러다 보니 숙식을 읍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유동 인구도 무시 못 하는 숫자라 한다. 여기서 문제는 그 세대에 여전히 살고 있는지 이사를 간 건지 유동인구를 주기적으로 실태파악을 하기엔 어려움이 따르는 불편함이 있다. 그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한다는 김순자 이장은 일을 보면서 어려움은 한두 가지 있을 수는 있지만 워낙 마을 어르신 분들이 좋으시고 협조를 잘 해주셔 이장 활동하면서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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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자 씨가 이장 일을 하면서 특별히 기억나는 일은 함평도시재생지원센터의 도시재생 주민제안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우드 월 아트 거리를 꾸민 일이 그 예다.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모여 ‘슬기로운 도시생활팀’을 꾸렸고 거기서 나온 안건이 마을을 깨끗하게 정비하는 것이었다. 마을 길과 담장들을 깨끗이 정리하고 예쁘게 꾸미기 위해 마을 길 청소를 하고 담장을 손보기 시작했다. 끊임없는 회의를 통해 강원도 인제의 자작나무 숲을 벤치마킹 하자 싶었고, 인제에서 직접 자작나무를 사와서 직접 시공을 하고 새집을 만들었다. 예쁜 화분을 만들어 벽에 걸어 전시작품을 통해 사람과 공간을 연결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꿈꿨다. 밋밋하고 볼품없는 담벼락에 나무를 활용하여 주민의 삶의 질 향상 기여에 힘쓰기 위해 당시 꾸려진 ‘슬기로운 도시생활팀’은 자원봉사자까지 해서 20여 명이 투입되어 그야말로 제 일처럼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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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 사업을 수행한 결과 인근 전주식당이 함평군 유명 맛집 중 하나인데 그곳의 관광객들이나 군민들이 직접 오셔서 관심을 주기까지 했다. 특히 ‘군에서 한 거냐? 개인이 직접 사비를 들여서 꾸민 거냐?’는 등 다양한 질문을 하며 흥미를 보이고 포토존이나 거리에 서서 인증샷을 찍고 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이장으로서 많은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사업비가 부족하여 당초에 계획했던 거리조성에 50% 정도의 성과를 거두는 데 만족해야 했지만 많지 않은 사업비 한도 내에서 자작나무를 사서 운반하는 운임비도 만만치 않았음에도 결론적으로 좋은 결과를 눈으로 지켜볼 수 있어 뿌듯했다고 한다. 밋밋한 시멘트 담벼락에 자작나무 아트거리 포토존 조성과 새집 문양의 나무 화분까지 제작하니 이색적인 마을이 되었다. 주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등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그 중심에 김순자 이장이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골목에서 마주치면 가벼운 인사만 하던 마을 주민들이었는데 함께 사업을 진행하면서 단합이 잘 되다 보니 왕래도 자주하게 되고 그야말로 웃음이 끊이지 않았죠. 그 순간들이 잊지 못할 뿌듯한 기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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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보람도 잠시,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사업의 추가 진행들이 정지될 수밖에 없게 됐다. 자주 모이지 못하는 시국이라 친교를 나눌 시간도 저절로 사라지다 보니 김순자 씨는 오히려 이장 본연에 업무에 더 집중하여 일하고 있는 요즘이다. 추억이 쌓일 기회가 사라지는 건 어딘지 아쉽게 느껴지는 시국이다. 더욱이 예전에는 회관에 어르신들이 모이면 이장님이 직접 정성껏 만든 음식을 대접하곤 했는데 그때도 그렇게 맛있게 드시면서 행복해하셨다. 김순자 씨를 딸 같이, 때로는 며느리같이 여겨 잘 챙겨주시던 분들의 따뜻한 말과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단체가 모일 기회는 줄었지만 그만큼 그녀는 더더욱 혼자 사는 어르신들 개개인이 외롭지 않게 자주 들여 보려고 한다. 방문해서 안부 여쭙고 하면 가족처럼 반겨주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조금의 힘든 일들을 그때만큼은 절감되는 듯한 마법의 만남이다.
함평읍은 농사짓는 사람도 있고 사업하는 분들도 있어 제법 다양한 사람들이 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농사철에는 농지원부도 들여다 봐드려야 하고, 주민들의 애로사항이 있으면 주민들에게 직접 들어서 읍사무소에 건의를 해드리는 연결자 역할도 톡톡히 해야 한다. 또 마을에 오래된 골목도 많고 좁아서 관리가 필요한 데 특히 복잡한 점심시간에는 좁은 도로에 주차하는 사람들이 많아 교차하는 차들끼리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슬기로운 함평 생활을 위해 여러 생활권에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애로사항들을 발견하여 건의하는 일은 이장의 필수적인 일이다. 때로는 무언가를 건의하기 전에 행정에서 먼저 관심을 갖고 찾아오기도 한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지원을 받게 되면 일은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진다. 오로지 마을 발전을 위해 의견을 나누고 서로 으쌰으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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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좋으니까 집안에 좋은 일이 많이 생겨나고, 그래서 부부사이도 좋아진다고 해서 은행샘이 원앙샘으로 불렸다고 해요.”
이를테면 옛날 우물로 사용했던 우물터를 찾아서 복원사업을 해주는 것이다. 기산마을은 기산봉에서 내려오는 물줄기에 몇 개의 우물이 형성되어 있다. 그 중 ‘원앙샘’이라는 우물이 신기산 마을에 있는데 이 원앙샘은 달리 말하면 ‘은행샘’이다, 전에 함평 관아의 안샘이었다 한다. 그 원앙샘의 물맛이 어찌나 좋은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었다. 기산봉 올라가는 입구 오른쪽에 있는 우물이 ‘원앙샘’인데 예부터 기산마을은 조용한 마을이었기 때문일까?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덕에 과거급제를 통과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오죽하면 과거급제의 긍정적인 결과가 바로 이 ‘원앙샘’ 물 때문이라는 설화가 돌게 됐을까. 믿음이 충분히 가는 이 일화를 쉽게 정리하면, 바로 이 원앙샘의 물을 마시고 공부해서 과거급제를 한 사람이 많았을 거라는 말이다. 그렇듯 물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굉장히 중요했다. 현재는 세상이 좋아져서 당연히 상수도가 들어와 생활하긴 하지만, 과거의 이야기를 복기하면서 우물의 복원사업을 통해 좋은 우물로 불리웠던 원앙샘 같은 우물을 살리자고 생각을 발전한 것이다. 그런 과거의 우물의 이로운 기능을 되찾기 위해 우물 복원을 했고 파이프로 연결해 주변 가정에서 집 허드렛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렇듯 과거와 현재를 적절히 조화를 이뤄 끊임없이 발전해 나가며 신기산 마을만의 뚜렷한 매력을 찾고 있는, 마을을 향한 김순자 이장님의 애정과 섬세함이 ‘슬기로운 이장 생활’의 원동력이 되어 마을 주민들에게 마음이 가닿았길 확신한다.
“우리 마을은 원도심라는 특성상 노후되고 길도 협소해 관리도 힘들어요. 신도심에 비해 도심처럼 공동화 현상(空洞化現象)이 심하고 노후화돼 있어 마을엔 여러 가지 불편함이 따르죠. 특히 중앙길에 밀집되어 있던 상가들이 지금은 쇠락해져 문을 닫는 바람에 밤이 되면 사람이 전혀 없어요. 앞으로 군에서 시행하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도로확장·포장공사도 반드시 이뤄지길 바래요. 신기산 마을이 예전처럼 깨끗하게 발전되었으면 합니다. 늘 정비된 모습을 지속해서 에전의 명성을 되찾았으면 합니다.”
조영인 기자 join_news@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