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주는 재미 가운데 하나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만나는 새로움입니다. 덤으로 얻는 재미는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 시켜 줍니다.

중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일상에서 만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아침 일찍, 또는 저녁시간, 수많은 주민들이 넓은 광장에 나와 함께 체조하고 춤추는 광경입니다. 역동적인 춤은 늘 여행자를 신나게 합니다.

운남성 여강의 흑룡담공원에서 만난 집단무가 여행자의 발걸음을 붙잡았습니다. 흑룡담공원은 옥룡설산의 신비한 모습이 호수의 맑은 물에 비치는 장관을 연출하는, 아름다운 호수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공원 안에는 명나라 때 만들어진 오봉루와 청나라때의 득월루 등 이 지역에 살고 있는 고대 나시족의 건축물이 남아 있습니다.
푸른 버드나무와 누각, 정자가 조화롭게 배치된 호수가를 따라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노래소리가 들려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전통복장 차림을 한 30-40명의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습니다. 동작이 착착 맞는 것으로 보아 몇날 며칠 연습한 것이 분명합니다.
이 팀만이 아닙니다. 다른 무리는 무술과 비슷한 동작을 하면서 일사분란하게 하고 있습니다. 도를 닦거나 무술을 연마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쪽에서는 흥겨운 음악에 맞춰 말 그대로 춤을 추고 있습니다. 참으로 다양하게 즐기고 있습니다.

이 지역을 여행하면서 새롭게 만나는 재미 가운데 하나는 동파문자를 읽는 것입니다.
옥천공원에는 동파문화박물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중국 소수민족의 하나인 나시족의 종교의식과 제사의식 등 생활양식을 한 곳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나시족의 문자, 즉 동파문자입니다. 동파문자는 중국 운남성 북서부에 사는 나시족이 1,000년전부터 사용해온 상형문자입니다. 한자를 빼면 천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데, 현재도 쓰이고 있는 단 하나의 상형문자입니다. 상당히 추상화된 한자에 견주어 문자 모양이 나타내고자 하는 사물의 본 모습에 가깝게 그려내고 있어 그림문자에 가까운 특징을 보여 줍니다.
이 문자는 예부터 샤머니즘 성격을 띤 나시족의 전통종교 '동파교'의 경전을 기록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현재 남은 2만여 건의 종교 문헌에서 2,000개 이상의 문자가 확인되었답니다.

동파문자는 1960년대까지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억압정책에 의해 사용이 금지되다가 여강을 중심으로 학교 수업 허용을 요구하는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1980년대에 이르러 동파문자로 쓰인 신문과 30여 권의 서적이 발행이 되었다고 합니다. ​
나시족이 주로 살고 있는 여강 주위에는 그림문자인 동파문자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흥미를 가지고 보다 보면 대충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원초적인 방법으로,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표현하였기 때문입니다.

흑룡담공원에서 역동적인 중국의 현대 집단무용을 만났다면, 동파문자는 중국의 과거를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8년 7월)

이경수는 늘 꿈을 향해 어딘가로 떠날 준비가 된 자유인. 골짝나라 곡성의 산골마을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하고 기자가 됐다. 30년 넘게 광주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무작정 떠난 한달간의 인도여행’ ‘사랑해서 떠난다’ ‘新만주아리랑’ 등 몇 권의 여행기를 썼다. 관광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땄으며, 이제는 보다 더 잘 놀기 위해 궁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