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_조치훈

팹 파이브 프래디(Fab Five Freddy , Fred Brathwaite)

팹 5 프래디는 힙합 스타일의 그래피티 작가로 유명하다. 그러므로 그의 시대는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였다. 브롱스 지역을 중심으로 힙합 스타일이 확장되도록 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로부터 그래피티 작가들이 제도권으로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이루어지 시작한 뮤직비디오아 같은 젊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편입되게 되었다. 나중에 언급되는 유명한 작가들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된 것도 그의 시대부터였다.

리 퀴논스(Lee Quinones)

하류 세계에서 시작된 그래피티 미술이 이른바 제도권의 세계, 즉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등에 영구 구입, 보존되는 기록을 처음 세운 사람이 리 퀴논스이다. 1976년 무렵부터 그의 작품들은 이미 언급한 기법들에 정치적 내용을 담으면서 주목을 끌었다. 또한 그는 거리 미술가 출신이면서 미국 현대 미술의 전위 작가 중 주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한 그와 더불어 이후 소개될 바스키아와 해링 등이 캔바스로 대표되는 정규 미술 작가의 반열에 오른 그래피티 작가로 인정받게 된다.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장 미셸 바스키아는 키스 해링과 더불어 그래피티 작가의 2대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둘은 거의 같은 해에 태어나 같은 시기에 일찍 세상을 떠났다. 에이즈(AIDS)로 해링이 죽기 전 약물 중독으로 죽은 것이다. 삶과 더불어 작품 세계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뉴욕에서 태어나 고교 3년 때 졸업을 앞두고 퇴학을 당한 것이 그의 교육의 전부였다. 하지만 마약을 하면서 부랑아와 다름없는 상태에서 매우 독특한 그래피티를 그렸다. 그는 골목 여러 곳에 그의 대표적 약칭인 싸모(SAMO)로 유명해졌다. 이후 미국 현대 미술의 대가인 쥴리안 슈나벨(Julian Schnabel) 등과 함께 작업을 했는데 거리 미술을 캔버스로 다시 작업하면서 훌륭한 제도권 미술로 확립시킨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의 일대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으며 세계 여러 곳에서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바스키아의 작품들은 거대하고 평면화된 아프리카 가면과 같은 얼굴을 가진 도식적인 인물로 채워지고, 이들 인물은 단어와 문구들을 이용한 시와 같은 글들과 함께 원색적이다. 또 거친 붓 터치와 다듬어지지 않은 드로잉으로 사람의 얼굴이나 동물 등을 어린 아이의 그림처럼 미숙하고 설명적으로 표현하며, 장난과 같은 글자들의 반복과 도형들을 이용해 무의식적으로 낙서를 한 듯한 느낌을 준다.

해링은 자신의 양식과는 다르나 낙서화의 또 다른 작가인 바스키아에게서 가장 큰 라이벌 의식과 동료애를 느꼈으며, 이들의 작품은 198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한 가장 대표적인 낙서화로 일컬어진다.

키쓰 해링(Keith Haring)

지금까지 알아본 그래피티 작가들이 모두 흑인 또는 이와 유사한 인종 출신이었지만 해링은 중산층에서 출생하여 정규 교육을 받은 전형적인 백인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드로잉에 천부적 소질을 보였으며 매우 창조적인 기질의 소유자였다. 따라서 고교 졸업 후 바로 미술대학에 입학하여 일러스트레이션을 배웠다.

그는 언제나 의욕적이며 성실하게 그림에 열중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고향 근처 미술대학에 입학했지만 그만 두고 유행의 본고장인 뉴욕으로 진출하여 유명한 미술대학인 SVA(School of Visual Arts)에서 공부했다. 당시 뉴욕 중심에는 젊은 예술 지망생들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모여 들었고 그들은 자주 모여 창조적 영감을 주고 받았다. 그러다가 그는 우연히 그래피티 아트를 보게 되었고 자신도 제작에 참여하면서 갑자기 유명해졌다. 독특하고 속도감이 있으며 간단하면서도 개성이 강한 그의 드로잉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바로 주목을 받았다.
해링의 회화 재료는 대부분이 검은색 수지 잉크와 아크릴 물감이다. 이것들은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경쾌한 채색을 잘 표현할 수 있다. 그의 작품들은 대체로 원색의 채색과 단순한 드로잉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간결하던 드로잉들이 그가 죽기 바로 전에는 수묵화와 같은 뉘앙스를 가진 것들로 변화되어 나타나기도 했다. 그의 일정 굵기의 드로잉이 긴장이 사라진 희미한 선과 명암으로 변화한 것으로 1980년대 후반의 해링 작품의 한 형태를 보여 준다. 키스 해링은 자신이 무명이던 시절부터 많은 양의 벽화를 제작하였다. 무엇보다 그의 가장 유명한 벽화는 독일이 통일되기 전에 제작한 키스 해링의 베를린 벽화이다.

해링은 1980년대 10여 년 동안 작업을 한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1980년대 미술의 한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시기는 이전의 미술사적인 배경과는 다른 그 시대만의 특별한 양상을 갖고 있다. 키스 해링의 그래피티는 다원주의적 양상의 하나로서 전통적인 미술관에 위배되는 양식을 보여 준다. 1980년대에는 그의 그래피티가 받아들여지게 되는 시대적 분위기가 마련되었고, 그의 그래피티 뿐 아니라 다른 작가나 미술의 양식에서도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미술 개념이 나타났다. 많은 젊은 예술가들이 미니멀리즘의 신중함과 엄격함에 도전하여 자극적이고 감정에 의존하는 붓 작업을 부활시켰으며, 팝 아트(Pop Art)와 같은 통속적 이미지를 차용하고 그것을 중첩시켜 내용을 만들었다.

해링은 처음 뉴욕에 왔을 때 지하철의 수많은 낙서들을 보았다. 그는 스프레이 페인트 작업의 즉각적인 충격과 시각적 속도를 좋아하게 되었으며, 그 낙서들이 동아시아의 서예(Calligraphy)의 거칠고 즉흥적인 선과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해링은 약 2년 동안 그것들을 보기만 하였다. 그리고 1981년 처음으로 지하철역의 광고 패널 위 검은색 종이를 덧붙인 빈 곳에 분필로 낙서를 하였다.
해링은 벽화를 제작할 때 모든 주변 사람이 다 들을 수 잇도록 음악을 크게 틀고는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재빨리 그림을 그렸다. 아마 이러한 벽화까지도 일종의 쑈(show)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당시 거의 모든 거리의 그래피티들은 흑인 을 비롯한 비주류 인종들의 반항으로 인식되어 단속 대상이었다. 해링도 몇 번 연행이 되었지만 독특한 개성과 백인이라는 이유로 풀려나곤 했다. 결국 바스키아와 더불어 가장 개성이 있는 그래피티 작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또한 일약 촉망받는 작가로 떠오르면서 당시 뉴욕 미술계의 대부였던 앤디 와홀(Andy Warhol) 등과 교류하게 되었고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의 작품들은 독특한 캐릭터이자 개성 있는 아이콘으로 제작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그는 30을 넘긴 나이에 동성애로 인한 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으로 요절하고 말았다.

조치훈은 대학원에서 디자인매니지먼트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10여년 동안 학생들에게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도로교통안전협회, 농협중앙회, KT사보 표지 및 내지 등에 일러스트를 게재했으며 개인전 5회 및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저서로 디자인론과 조형의 원리 등 3권의 디자인관련 저서가 있다. 광주디자인센터 기업서비스사업 평가위원으로 활동��으며, 현재 6차산업지원센터, 농업실용화재단 디자인컨설턴트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