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치훈

그래피티 아트(Graffiti arts)는 거리미술(Street arts)을 칭하는 말이다.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비인간적 생활상에 대한 반발 및 이에 따른 인간적 소외, 인종 차별, 계층 갈등, 세대 차 등 포괄적인 반항이 미국 젊은 세대에 일반화 되면서 이루어진 행위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시기적으로는 월남전 반대 분위기가 압도적이던 1960년대를 지나면서 본격화 되었다. 마구잡이로 이루어졌고 깊은 밤이나 후미진 골목 등에 마치 기습적으로 아무 곳에나 어지럽히듯이 그려져서 골칫거리로 인식이 되면서 시작이 되었다. 대체적으로 도시 공장 근로자나 마약 중독자, 부랑아들의 욕구불만의 부산물로 알려져 있었다. 도시 하층민, 그들 중 교육 정도가 낮고 학교에서 퇴출된 불량소년들이 만들었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었다. 그러므로 그들이 조형적 배경이 있을 리는 만무하였다. 하지만 10여 년 넘게 주로 뉴욕과 주변을 중심으로 제작이 되면서 나름대로의 세계를 구축해가기 시작했다.

그래피티란 간단한 스크래치(scratch) 표현에서부터 정교한 벽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가 포함될 수 있다. 한편 그래피티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Sgraffito", 이탈리아어 "Graffito"에서 출발된다. 즉, '긁다, 긁어서 새기다'라는 뜻으로 고대미술의 동굴 벽화를 의미하는 말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래피티를 소유자 허락 없이 제작하는 것은 재산 손해로 처벌을 받거나 예술 문화의 파괴(Vandalism, 반달리즘)로 여겼다. 어떤 경우에는 화랑이나 갤러리에서 전시회가 있기도 하지만 대개 버스 정류장이나 기차역, 운동장, 건물에 그려져 있어 사람들은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그래피티의 유형에 있어서 가장 흔한 것은 창작한 사람의 이름을 쓰는 것이다. 작품에 자신의 이름 머리글자를 남겨 꼬리표(tag)를 남기기도 한다. 그것은 꼭 자기 이름이 아니며 개인도 아닌 암호와 같다. 다른 형태로는 다양한 색상의 스프레이(spray)를 이용해서 재빨리 그림을 그려 넣는 방식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움이라기보다는 속도에 그 의미를 두는 편이 일반적이다.

1980년대에 들어서 냉전의 종식과 함께 기존의 세계질서는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필요하게 되었으며 과거의 가치관이 해체되고 불확실성이 팽배하였다. 미술 분야에서도 미니멀리즘(Minimalism)으로 대표되는 모더니즘(Modernism)의 지나친 형식과 엄격함에 대한 비판이 대두되었다. 그리하여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시대의 미술이 나타났다. 그래피티 아트(Graffiti arts)는 미국의 뉴 페인팅의 한 양상으로서 아무 곳에나 그린 그림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낙서화의 대중적이고 대량화된 미국의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래피티는 일종의 전위 예술인데 이렇게 인식된 것은 적어도 1961년 스칸디나비아 비교 문화 연구소(the Scandinavian Institute of Comparative Vandalism)에서 부터라고 여겨지고 있다.
분쟁이 있을 경우, 사람들은 벽면에 자신의 의사를 표현함으로서 사회 구성원들에게 생각을 알리고 대화의 장을 만드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사실 그래피티의 활동이 대화를 하게하고 궁극적으로는 분열을 아우르는 데 있다고 보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베를린 장벽의 경우인데 구소련의 압력에 대한 반발로 독일인들이 벽 전체를 그래피티로 채웠다.

일반적으로 현재 우리가 이해하는 그래피티의 시작은 산업의 발전과 함께 정밀한 대형 도장(塗裝)을 위한 "에어 스프레이" 즉, 분무방식의 도장용이자 자동차 부분 도색을 위한 소형 캔(can)형의 스프레이가 시중에 나돌기 시작한 70년대에서부터이다. 스프레이 페인트(spray paint)가 제 모습을 드러내게 되면서 그래피티는 모던 그래피티(Modern Graffiti)로 발전하게 되었다.

지하철에드로잉하고있는해링

뉴욕, 할렘(Harlem)가를 중심으로 한 지역은 세계적인 시선을 받게 되는데, 여기서는 건물 벽이나 지하철 차량, 열차 등에 스프레이로 거침없이 뿌려졌으며 이것이 거리의 힙합(Hip-hop)문화로 생성되고 점차 기성의 예술표현을 뒤집는 도시적 감각의 발상과 함께 거대한 주류를 이루어 성장하게 되었다. 작업에서 마주치는 즉흥성, 자동차 공업도색에서 사용되는 스프레이 캔을 이용한다는 것, 기존의 보수성을 탈피하여 현장에서 호흡하고 마주치는 대면(對面)예술로의 그래피티는 흑인 중심의 힙합 문화의 일환으로 발전되었던 것이다.

1980년대가 시작되면서 새로운 경향이 이루어졌는데 뉴욕의 할렘, 브롱스(Bronx)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여 유럽으로 전파되고 제3국으로도 확장되며 하나의 거리문화로 자리 매김을 하였다. 역시 1980년대를 기점으로 구파(Old School)와 신세대파(New School)의 변화가 이루어졌지만 사실 그래피티는 반달리즘(Vandalism)의 연장 즉 '낙서'로 평가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 작가주의적 성향의 그래피티 작가들과 대중의 문화인식에 대한 개방성은 신세대파 작가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

조치훈은 대학원에서 디자인매니지먼트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10여년 동안 학생들에게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도로교통안전협회, 농협중앙회, KT사보 표지 및 내지 등에 일러스트를 게재했으며 개인전 5회 및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저서로 디자인론과 조형의 원리 등 3권의 디자인관련 저서가 있다. 광주디자인센터 기업서비스사업 평가위원으로 활동��으며, 현재 6차산업지원센터, 농업실용화재단 디자인컨설턴트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