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뉴스 = 조영인 기자] 함평읍 권역 기각리 일원,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진행되면서 중앙길 일원이 지역 개발사업이 들어간다. 중앙길이 헐리면서 그 자리에 오래 운영되던 가게들이 하나씩 사라지는 상황을 겪는 중이다.

과거의 중앙길은 함평을 떠나지 않고 살아온 모든 분이 입 모아 함평의 전성기를 확연히 바라볼 수 있던 곳으로 말한다. 현재 일방향으로 이용하는 도로 역시 양방향이었다. 도로 통행이 더 자유롭던 시절에 식당, 술집, 여관, 예식장 등 가게도 상당수 있었다.



도로가 일방형으로 되면서 상권이 급격도로 줄면서 함평읍 중앙길 은 저녁 8시만 되면 가게 불은 꺼지고 희미하게 보이는 간판의 불빛만이 전부다. 그런 도로가 다시 한번 부활을 꿈꾸면서 지역개발사업이 착수되었으며, 길 역시 양방형으로 다시 돌아갈 예정이라 한다.

부활의 예고는 군에게는 희망이지만 오랜 시간 중앙길에서 삶의 터전이자 생업 에 종사한 이들이 떠나야만 한다는 이면을 동반한다. 그들이 기억하는 함평의 최고 인프라를 자랑했던 호황기, 명성 가득한 옛 중앙길에서 맡은 사람 냄새는 그저 생의 한가운데에서 자연스럽게 보이는 당연한 안온함이었다. 중앙길에는 30년 이 상의 가게들이 제법 있다. 중앙세탁소가 한 예였고 대성이발소 역시 37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상용씨는 작은 아버지가 하시던 이발소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기술을 배웠다. 호적상 48년생인 그는 어린 나이부터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해야만 하는 시절을 살았다. 친구 분들은 양장점, 양화점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분들도 많지만 그는 작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인생의 순리처럼 가위와 빗을 들었다. 주 고객층이 남성 혹은 애들이었는데 현재는 거의 손님들이 미용실로 옮겨가는 추세여서 단골 고객 역시 같이 시절을 나누며 지낸 중장년층이 전부이다. 보통 이발과 면도를 하는 손님이 많다 보니 굳이 말도 할 것도 없고 재밌는 대화를 나누는 것도 아니지만 말하지 않는다 해서 고맙고 친근한 마음이 상쇄되지는 않는다.

자주 오는 손님들인 만큼 스타일 파악이 쉬우니 손님과 취향의 합이 맞는다고 해야 할까, 꾸준히 찾아와 머리카락을 맡기는 것은 그만큼 사장을 믿는다는 무언의 합의. 주로 12,000원의 기본 금액대로 이발, 면도가 이뤄지고 염색, 드라이를 받는 고객도 있는 편이 다. 보통 다들 만족감에 허허 웃으며 나가신다.



그때는 애기들 미용도 참 많이 했죠... 근데 지금은 다 미장원으로 가잖아요. 초창기부터 많이 벌 때는 하루에 18만원씩도 벌고 했죠~ 사람이 엄청 많으니 하루종일 일했죠. 그 당시만 해도 이발소도 열군 데나 있을 정도로 성황리에 이발소가 운영됐죠.

현재는 한 달에 백만원 수익뿐이지만 여전히 중앙길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대성이발관이 중앙길 도시재생을 위해 헐린다고 하니, 그 역시 서운한 마음과 싱숭생숭한 감정이 공존한다. 그가 어린 자녀들을 운동 시킬 수 있었고 대학까지 무사히 졸업시킨 것도 생계비를 벌 수 있는 기술을 쓰게 해준 곳이 바로 대성이발소일 테니 약 사십 년이 되어가는 시간 동안 변함없이 자리를 지켰던 곳을 떠나가야 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는 외친다. “카르페디엠”,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처럼 중앙길을 떠난 후의 제2막에 대한 걱정에 잠식되지 않도록, 내일을 생각 안 하고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다. 그에겐 어떤 잠언보다 와닿는 말일 것이다. 그의 근면함은 어머님이 권사님으로 계셨던 함평읍 교회에 가는 일요일 빼고는 일손을 놓지 않았다는 것으로 증명될 수 있다. 고객은 줄고 내 공간이 사라지는 시간이 목전에 와 있어도 그는 여전히, 계속될 대성이발관의 사장님이다. 그는 자신을 믿었고, 가족 또한 아버지를 믿고 따라와 준 인생의 대표자산 ‘대성이발관’이 간판이 꼭 다 른 길에서도 걸리길 바란다.

“막상 뜯겨 나간다고 하니까 참 서운해요. 지금 이 나이에 가게를 얻을 데도 없고 월세나 살아야 할 텐디 갑갑하죠. 그래서 허물면 말고~ 하는 심정으로 내일은 생각 않고 있어요. 열심히 신앙생활도 하면서 마음은 이후에 터를 옮겨서라도 이발소 가게는 또 내고는 싶어요.”